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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 씨
  • 날짜 : 2012-03-13 (화) 13:4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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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혁명'을 기대합니다"
‘2012한의사대회’에서 대붓 퍼포먼스 선보여

지난달 19일 개최된 ‘2012전국한의사대회’에서 인상적인 대붓 퍼포먼스를 선보인 캘리그라피스트 이상현 씨를 만났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대붓으로 의로운 의술혁명이라는 뜻의 ‘醫革(의혁)’을 힘차게 써내려갔다. 이상현 씨는 “우리나라의 자존심인 한의학이 새롭게 조명받기를 바라고, 한의계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의혁’을 쓴 후 그 글씨 위에 꽃을 그려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동의보감이 의학서적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한의학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것이 가장 우수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캘리그라피스트이자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통서예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이상현 씨.

그는 “부모님께서는 소위 ‘문제아’였던 저를 서예학원에 다니게 하셨다”며 “당시 서예학원 선생님께서 제게 꾸지람보단 칭찬을 많이 해주셨고, 그로 인해 서예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학생서예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면서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과 서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됐다. 그는 국내 최초로 설치된 원광대학교 서예과에 입학해 전통서예를 꾸준히 공부했다.

이상현 작가는 “주위에서 전통서예를 공부하는 저에게 좋은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나중에 뭐먹고 살래?’하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며 “그런 시선을 느낀 후 나의 최종목표는 과연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전통서예인데, 졸업 후 월급받으며 일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인데다가 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서예학원 차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서예를 대중화시키겠다고.”

이상현 작가는 우리 문화인 전통서예의 예술적인 면을 인정받고, 서예가가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예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생활 속에 서예가 자리잡게 하는 방법은 디자인과의 접목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 속에 묵향이 배어들어가게 하기 위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

“‘서예’라고 하면 고지식하고 지루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우리 문화가 얼마나 우수하고 중요한지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대적 트랜드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우리의 전통문화인 서예를 접목시킴으로써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캘리그라피를 도입한 ‘한국캘리그라피시장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캘리그라피이지만, 그는 그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했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캘리그라피에 대해 생소하게 느꼈고 게다가 호의적이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상현 작가는 “수많은 디자인 회사를 찾아다니며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붓글씨가 아니라 감성이 들어있는 문자라고 설명했지만 문전박대받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디자인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1999년, 그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농심에서 출시한 ‘춘면’의 포장지를 그의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이후 그는 영화 ‘타짜’·‘혈의 누’·‘홀리데이’ 타이틀과 성시경·동방신기·소녀시대의 음반 타이틀 등을 작업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로고 타이틀도 그의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아름다운 문자’ 혹은 ‘서예’라고 알고 있지만, 나는 캘리그라피는 ‘붓으로 표현되는 감성문자’라고 생각한다. 가슴 속에 담긴 감성을,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손끝으로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붓을 잡은 연기자’라고 칭한다. 작업을 하기 전 늘 그 대상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한다. 영화 ‘타짜’ 작업을 하기 위해서 도박판에 가보기도 했고, 음악앨범 자켓 작업을 앞두고선 그 음반을 반복적으로 듣는 등 작업을 하기 전 늘 그 대상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한다.”

이상현 작가가 캘리그라피스트로서 활동한 지도 어느새 13년째를 맞았다. 우리나라에 캘리그라피 문화를 만든 그는 이제 그 문화를 책임질 줄 아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캘리그라피 문화를 만들고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치우쳤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대중들의 눈높이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캘리그라피스트로서 활동하고 있고 캘리그라피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 캘리그라피 흉내만 낸다고 해서 진정한 캘리그라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문화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양질의 캘리그라피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박승주 기자 [photo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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