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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어혈
글쓴이 : 전산실 날짜 : 2012-12-13 (목) 15:15 조회 : 11983

 얼마 전 김근태 선생이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 세상을 뜨셨다. 미망인께서 침, 한약 등 한방치료에 대한 미련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력한 글을 접하니, 선생이 살아 계실 적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한방치료를 추천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고문은 신체에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인데 이 과정에서 흔히 어혈(瘀血)이 발생한다. 어혈의 사전적 의미는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긴 병증으로 외부적 손상, 경폐(經閉), 한사(寒邪)로 기가 몰리거나 혈열(血熱) 등으로 인해 생긴다.’라고 되어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외적인 충격 즉, 물리적 트라우마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위와 같은 고문과 같은 사안은 특별한 케이스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어혈은 교통사고, 폭행, 산업재해, 낙상, 운동 중 부상 등에 의해 흔히 발생한다.

 무엇이든 자기 자리에 있어야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며 자리를 이탈하면 문제가 되듯이, 혈액도 생리적으로 마땅히 있어야할 위치를 벗어나 존재하면 병리적 산물이 되어 병증을 일으키며 의학적 처리의 대상이 된다. 관념적으로 설명하면 어혈이 어렵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을 예로 들자면 피하출혈 즉, 멍과 혈종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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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혈은 발생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호전정도도 좋은 편이나, 반대로 방치하면 고질이 되기 쉬운 질환이다. 타박이나 근육손상에 의해 생기는 혈종은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와 종괴를 이루는 질환인데, 이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화 소실되기 쉬운데 방치하면 종괴의 형태로 남아 이후엔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다. 역시 발생 직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방 중에 당귀수산(當歸鬚散)이라는 처방이 있다. 위에서 기술한 타박 등에 의한 질환에 사용한 처방인데, 예전의 태형 즉, 곤장으로 인한 후유증에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심지어 곤장을 대신 맞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형장으로 가기 직전 복용하고 가기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혈약(血藥)의 대표인 당귀(當歸)가 처방됨은 물론, 근래에도 어혈 치료에 필수 약인 도인(桃仁), 홍화(紅花) 등이 함께 처방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약을 달일 때 주수상반전(酒水相半煎)이라고 하여 물과 술을 절반씩 넣고 달이도록 되어있어 약의 기운을 더욱 빠르게 이동시키고 효능을 강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술은 그 기운이 빠르다고 되어있어 약효가 신속히 나타나도록 할 뿐아니라, 약을 끓일 때 유효성분이 더 많이 용출되도록 하는 효능도 있다. 물에 용출되는 성분과 알코올에 용출되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물로만 끓일 때와 약효 면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만큼 응급 어혈엔 보통 처방과 차이를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곤장과 관련하여 타착불통방(打着不痛方)이라는 처방이 있고 효능으로는 매맞기 전에 백랍(白蠟) 40g을 주발에 넣고 끓인 술을 부어 복용하면, 곤장을 맞아도 아프지 않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백랍(白蠟)은 동자이의어가 있는데 하나는 벌집에서 나오는 밀랍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물푸레나무의 진인데 여기서의 백랍은 물푸레나무의 진을 의미한다고 본다. 백랍의 효능으로는 새살을 살아나게 하고 지혈하며 통증을 멎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격투기 선수들에게 적용시켜봤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는 부분이다.

 어혈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어혈은 2차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증이나 질병의 원인 중 통하지 않는 것과 영양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불통즉통(不通則痛) 불영즉통(不營則痛)’이라 하였다. 어혈로 인해 막히면 막힌 지점의 후방은 통하지 않으니, 고여서 문제가 되고 막힌 지점 이후는 영양이 전달되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통흐름에서 사고로 인해 후방은 차가 막혀서 고생이지만, 전방은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존재이건 본연의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할 때, 순조롭게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명유지의 필수요소인 혈도 결국 자기자리를 벗어나 기능을 잃게 되면 그 어떤 독보다도 세균보다도 무서운 병인이 되는 것이다. 사소한 충돌이나 사고로 인한 통증도 무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진우 홍보이사(인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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