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물과 처방
처방은 좁은 의미에서 약방문(藥方文)을 지칭하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환자의 질병 상태를 파악하여 치료 행위와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투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침, 부항, 뜸, 양생(운동) 및 식이요법 등, 의사가 환자에게 지시하거나 조언을 주는 모든 행위가 처방에 해당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침자리를 취하는 것 역시 처방하는 것이며, 뜸이나 운동 및 식이요법 등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좁은 의미의 처방은 진단의 결과로 환자에게 약을 주는 것이다. 필요한 약물을 정확한 양으로 배합하여 방제를 구성하여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을 처방이라고 한다. 이런 약물요법의 경우에는 여러 원칙이 있는데, 대개는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원칙을 따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은 군약(君藥)을 의미하며, 하나의 처방에서 주된 작용을 하는 약물로 주된환자가 호소하는 주요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로 구성된다. 신은 신약(臣藥)을 의미하며 군약의 효력을 보조해주고 강화시켜 주는 약물로 구성된다. 좌는 좌약(佐藥)을 의미하며 군약이 유독한 경우 그 독성을 완화시켜 주거나 혹은 주된 증상에 수반되는 증상을 해소시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을 말한다. 사는 사약(使藥)을 의미하며 처방의 작용점을 질병 부위로 인도하는 작용과 여러 가지 약물들을 조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추, 감초, 생강 등이 해당된다. 2. 침
사람이나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바늘처럼 생긴 가늘고 긴 치료 기구를 침(鍼)이라 한다. 침의 기원은 석기 시대부터인 것으로 생각된다. 고대의 가장 오래된 침술 도구는 폄석(?石)인데, 이것은 돌이나 옥을 갈아서 송곳이나 쐐기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폄석은 피부를 자극하거나 얕게 찔러서 피를 내거나 고름을 짜내는 데 쓰였다. 고대 원시 사회에서는 야산이나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에 거주하느라 여러 가지 풍습통(風濕痛 : 뼈마디가 저리고 아픈 병)이나 창상(創傷 : 각종 외과 질환) 등이 잘 발생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신체의 어디가 쑤시고 아플 때, 폄석으로 특정 부위를 자극하거나 약간의 출혈을 시키면 고통을 더거나 없앨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폄자요법(?刺療法)이며, 침법(鍼法)의 기원이다. 한의학 경전인『황제내경?소문』에 “폄석은 동방에서 온 것이다(?石者, 亦從東方來)”라는 문장을 참고할 때 폄석이 일찍이 우리나라에서 발생 발전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이후 중국에서 상고시대, 춘추전국시대 등을 거치며 침술이 체계화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에 쓰인 간단한 폄석부터 현재 응용되는 각종 자침도구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사용법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중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했던 침은 그 크기와 모양,용도에 따라 9가지로 크게 구분하여 구침(九鍼)이라고 부른다. 구침은 참침(?鍼), 원침(圓鍼), 시침(?鍼), 봉침(鋒鍼), 피침(?鍼), 원리침(圓利鍼), 호침(毫鍼), 장침(長鍼), 대침(大鍼) 등이다. 대개는 피부·근육 등을 깊게 혹은 얕게 찌르기 위한 것이며, 때로는 칼처럼 생긴 침으로 피부를 갈라 피나 고름을 빼내고, 관절 속의 물을 빼내기도 한다. 구침 가운데 가장 활용 범위가 넓으며 침 치료를 대표하는 것은 호침으로, 길이 2∼17㎝, 굵기 0.2∼0.4㎜ 정도이며, 가늘기 때문에 큰 자극 없이 찔러서 오랫동안 놔둘 수 있다. 그 밖에 현재 사용되는 침은 다음과 같다. ▷ 피내침(皮內鍼) : 피하에 넣어 둘 수 있는 작은 침 ▷ 전침(電鍼) : 침자극과 전기 자극을 결합하여 발전된 침 ▷ 약침(藥鍼) : 침과 약물 작용을 결합시킨 침 ▷ 피부침(皮膚鍼) : 일명 소아침(小兒鍼) 이라 하여 작은 침 5∼8개를 동시에 찌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피부 자극침 ▷ 레이저침 : 레이저 광선으로 혈자리를 자극하도록 만든 침. 그리고 침을 놓는 부위에 따라, 이침(耳鍼), 면침(面鍼), 비침(鼻鍼), 두침(頭鍼), 수침(手鍼), 족침(足鍼), 체침(體鍼) 등이 개발되어 그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침술은 기(氣)의 흐름을 조절하고 정신을 다스려서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의 모든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마취, 금연,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 사람 뿐 아니라 가축의 치료에도 사용 된다. 침은 발목이나 허리를 삐끗하거나, 식사 후 체했을 때, 어린아이의 경기, 편도선염, 결막염, 졸도 등 급성 질환에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신경통, 위 무력증, 중풍으로 인한 반신 불수나 언어 장애 등의 만성 질환은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나타난다. (1) 경혈(經穴) ▷사관(四關)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에 나오는 사관의 의미는 네 개의 관문(關門)이라는 뜻으로 주로 사지(四肢)의 기혈 순환 통로를 말한다. 침구학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손과 발에 2개씩 있는 합곡(合谷)과 태충(太衝)이라는 경혈 네 개를 사관이라 하며, 이 곳에 침을 놓아 기(氣)를 통하게 한다. 합곡은 엄지와 검지 본절 간에 움푹 들어간 부분에 있는데, 호구(虎口)라고도 한다.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침자리인데 특히 얼굴과 입병에 주로 쓰며, 그 밖에도 소화기 질환, 감기, 상기도 질환, 기(氣)의 흐름이 막혔을 때 쓴다. 태충은 발의 엄지와 검지의 본절 사이에 있는 경혈로서, 경락을 통하게 하여 경련을 가라앉히고 눈병과 간 및 생식기 질환을 치료한다. 사관을 함께 쓰면 기혈의 흐름을 원활히 소통시키는 효과가 더욱 커지고, 식도에서부터 직장까지 소화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그러나 자극이 강하므로 신체가 허약한 사람들은 주의를 요한다. ▷삼리(三里) 삼리는 경혈 명칭의 하나이며, 팔과 다리에 좌우로 2개씩 전부 4개의 혈이 있는데, 팔에 있는 것을 수삼리(手三里), 다리에 있는 것을 족삼리(足三里)라 한다. 특히 족삼리가 대표적으로 쓰이는 경혈이다. 족삼리는 혈자리가 무릎의 아래 능선에서 3촌(寸) 밑에 있어 3리(三里)라고 한다. 또한, 이(里)는 밭[田]의 두렁[土]을 나타내는 말로서, 위(胃)를 가리킨다. 즉, 위장과 깊은 관계를 갖는 중요한 경혈(經穴)이라는 뜻이다.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 경혈은 치료 범위가 넓다. 소화기 계통 질환이 대표적이고, 순환·호흡·비뇨·생식기계 병증과 무릎이 아픈데에 양호한 효과가 나타내며, 전신 강장의 중요한 침 또는 뜸자리이다. 이 곳에 침을 놓게 되면 저릿저릿하고 뻐근한 감이 위·아래로 뻗치게 된다. ▷관원(關元) 관원의 별칭은 단전(丹田)이다. 단전에는 상·중·하 3가지가 있는데, 상단전(上丹田)은 뇌, 중단전(中丹田)은 심장, 하단전(下丹田)은 관원을 가리킨다. 관원은 배꼽과 치골결합(음모가 난 부위에 가로로 만져지는 뼈)을 연결한 선을 5등분했을 때 아래에서 2/5 되는 곳에 있다. 관(關)은 문빗장, 관문(關門) 등의 뜻이고 원(元)은 으뜸, 근원을 뜻한다. 즉, 선천적인 생명력( 원기)이 관원의 깊숙한 곳에 머문다고 보며, 관원은 원기에 관여하는 중요혈이다. 이 곳에 뜸을 뜨면 원기를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완(中脘) [중완의 위치] 중완은 위장의 텅 빈 부분의 한 가운데 있는 경혈(經穴)을 말한다. 위의 텅 빈 부분을 위완(胃脘)이라 하는데, 그 윗쪽을 상완(上脘), 그 아래쪽을 하완(下脘), 한가운데를 중완이라 한다. 중완의 해부학적 부위는 실제로 위 유문부에 해당한다. 중완은 배꼽에서 4촌(寸) 위에 있으며, 급만성 위염·위경련·위하수 및 대부분 위장병의 치료점으로 이용된다.
▷수구(水溝) 수구는 코 아래와 윗입술 사이의 우묵한 곳을 말하며, 독맥(督脈:양기를 총감독하는 통로)에 속하는 경혈(經穴)의 명칭으로 일명 인중(人中)이라고도 한다. 즉, 인중은 사람(人)에게 있어서 중심(中)이 되는 중요한 혈(穴)로서, 그 부위가 물(水)이 흘러가는 도랑[구:溝]처럼 생겼다고 해서 수구라고 한다. 코의 끝과 입술 사이에는 내 천(川)자처럼 생긴 부위가 있는데 위에서 1/3 되는 곳에 위치한다. 쇼크로 인한 혼수상태·차멀미·배멀미·정신 분열증·히스테리·중풍·갑자기 삔 허리·얼굴이 붓고 눈과 입이 한쪽으로 비뚤어짐·안면 근육 경련·소갈병(消渴病)이 있어서 물을 많이 마시거나, 물에 빠져 인사불성이 되었거나, 전기에 감전되었을 때, 이곳을 침이나 뜸으로 자극하여 응급치료를 한다. 옛날 사람들은 수구를 통해 방광과 자궁의 질병을 살폈으며, 수구의 길이와 깊이에 따라 수명(壽命)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십선혈(十宣穴) 갑자기 쓰러지거나, 음식 먹은 것이 갑자기 체하는 경우를 한번쯤은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면 무척 당황하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럴 때, 할머니들이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러 검은 피를 내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때 사용한 혈(穴)이 바로 십선혈(十宣穴)이다. 십선혈이란 응급시에 쓸 수 있는 10개의 혈(穴)로서 열 손가락 손톱밑 중앙에서 약 2∼3㎜ 떨어진 곳에 있다. 중풍(中風)과 같이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 갑자기 토하고 설사할 때, 고혈압, 편도선염,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 사용하게 되는데, 침을 놓고 피를 짜내는 것이 더욱 효과가 좋다. (2) 이침(耳鍼) 이침은 귀에 침을 놓아 인체 각 부위의 질병을 치료하는 침술 요법으로, 고대 한의학을 근거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전문 의술로 발전되어 왔다. 옛부터 여자의 미용 장식으로 귓불에 구멍을 뚫어 귀걸이를 장식하는 방법이 유행되어 왔는데, 이것은 일종의 이침 요법으로서 안과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또, 민간 요법에서도 귓불에 침을 놓아 결막염을 치료하고 귀뒤를 침으로 찔러 인후염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이침 요법은 프랑스 의사인 노지에르(P. Nogier)가 개발한 것으로, 귀에 화상을 입음으로써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나았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임상에서도 양호한 효과를 얻게 되자, 이를 1956년 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 개최된 국제침구의학회에 보고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귀의 해부학적 특징을 인정하고, 장부에 질병이 있을 때 그 반응이 귀에 분포되어 있는 이혈(耳穴)에 나타남을 관찰하고, 이혈의 분포와 정확한 위치를 탐색·측정하여 체계화시켰는데, 귀의 모양이 흡사 태아가 거꾸로 있는 형상과 같아 이를 기초로 하여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현재 이침 요법은 다각적인 임상 활용을 통하여 통증 완화와 신경계·내분비계 등의 병증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마취에 사용될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담배를 끊게 하는 데도 이침이 활용되고 있다. (3) 수족침(手足鍼) 수족침(手足鍼)은 침 요법의 일종으로, 손 또는 발의 침자리에 침을 놓아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수족침 치료법의 원리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인체의 각 부분이 전체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얼굴 안에도 전신의 장기 및 조직·기관과 상응하는 곳이 있으며, 귀·손·발에도 각각 그 국소 부위에 전신의 반응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의 어느 한 장기나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그에 상응하는 손이나 발의 일정 부위에 침을 놓아 자극하여 전신의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 다른 원리는, 사지 특히 손·발이 전신의 기혈(氣血) 순행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손 끝에서 팔꿈치, 발끝에서 무릎까지의 부위에는 각 경락마다 오수혈이라는 5개의 중요한 침자리들이 있는데, 이 침자리들은 각 경락에 상응하는 내장기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침자리들을 잘 운용하면 손·발에만 침을 놓아서도 전신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수족침 치료] - 발바닥에 연결된 인체 내부의 반사 부위 (4) 약침(藥鍼) 1) 정의 약침요법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제조된 약침액을 질환과 연관된 경혈과 체표 촉진에 의해 얻어진 양성반응점(陽性反應點) 및 혈관에 약침주입용 주사기를 사용하여 시술하는 방법으로서 자침과 약물의 효능을 이용해 생체의 기능을 조정하고 병리상태를 개선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신침(新鍼)요법이다. 약침요법의 특징은 경혈의 자극 수단으로 한약 제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침을 놓는 부위인 경혈에 한약의 한의학적 성분(氣, 味)을 주사액으로 추출하여 직접 주입하면 침과 한약의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서 인체의 불균형을 빠른 시간 내에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한다. 또한 약침요법은 한약을 복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사용가능한 장점이 있다. 2) 한의학적 이론 가. 약침은 침을 놓는 부위를 연구하는 경혈학, 경락이론을 바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침구학과 한약의 이론인 본초학, 방제학을 기본으로 종합 운용한다. 나. 경혈학, 침구학은 침을 놓는 부위인 여러 가지 경혈 (십이정경혈, 경외기혈, 아시혈 등)을 연구하고 자극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경혈은 장부의 기능이 체표로 발현되는 반응점이며, 이 경혈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극하여 오장육부의 질병을 치료하게 된다. 다. 본초학은 한약의 유효성분인 기미(氣味)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임상면에선 치료효율의 극대화와 약물을 인체의 기관이나 병소에 접근, 작용시키는 기전을 연구한다. 라. 방제학은 본초학을 근거로 약물을 서로 배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적합한 처방을 구성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마. 약침요법은 본초학을 토대로 한 가지의 한약이나, 방제학에 의하여 처방된 복합처방을 한약의 전통적인 전탕법과 알코올 수침법등을 이용하여 정제과정을 거친 후 약침액으로 만들어 경혈에 주입하여 경락의 자극과 한약의 효과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한의학적 의료행위이다. 바. 같은 약이라도 어느 경혈에 주입하느냐에 따라 그 작용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약침요법은 질병에 상응하는 경혈과, 적합한 약리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약물을 선택하여 약물을 해당 경혈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경혈과 약물이 질병에 대하여 발휘될 수 있는 종합적인 작용을 충분히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사. 이 요법은 경혈, 침, 약물이 삼위일체가 되어 여러 가지의 유효하고 특이한 혈위 자극을 제공 할 뿐 아니라 필요한 약물의 투여의 첩경을 제공함으로써 약물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3) 약침의 종류 가. 경락약침 경락약침에서 말하는 경락이란 촉지할 수 있는 민감부를 의미하는데 인체 내외부 자극에 의해 그 민감도와 크기는 증가하며, 경락조직이란 질병 상태에서 나타나는 반응점, 경결점이다. 경락조직에 그 질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한약성분을 주입하여 인체를 건강상태로 회복 유지 시키는 침법이 경락약침이다. 나. 팔강약침 질병을 진단하는 한의학의 기본이론인 팔강변증을 위주로 하여 진단하고 그에 따라 적합한 한약을 방제학의 이론에 따라 처방하여 배수혈, 복모혈 등 주요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요법이다. 인체를 상초, 중초, 하초의 3부위로 나누고, 또 임맥과 독맥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눈 후 각 장부의 한열허실(寒熱虛實)을 정확히 변증하여 그에 따라 약침액을 주입하게 된다. 다. 체질약침 체질약침은 사상체질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에 따라 각 체질에 적합한 처방을 추출하여 경혈에 주입하므로써 장부의 불균형을 치료하는 약침요법이다. 장부균형을 중시하여 장부의 균형을 조절하여 치료하는 전체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라. 봉약침 봉약침요법(Bee Venom Pharmacopuncture Therapy)이란 살아 있는 꿀벌(서양종 일벌, Apis mellifera) 독낭에서 봉독을 추출, 가공하여 약침제제로 만든 후 변증을 통하여 선정된 혈위에 적정량 주입함으로써 침 자극과 봉독의 약리학적 자극을 동시에 응용하는 전문적 침구의학의 한 분야이다. 『황제내경』에서 의사가 병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5가지 방법으로 독약(毒藥), 폄석(?石), 구설(灸?), 구침(九鍼), 도인안교(導引按?) 등을 언급한 것처럼 이독치병(以毒治病), 즉 독으로 자극을 주어 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해당하며, 천연 자극물을 이용해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증대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15C 스위스의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과 약을 구분하는 것은 용량의 차이”라고 한 바 있다. 특히 독을 약으로 사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이나 체질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고, 봉약침을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과정 또한 이에 해당된다. 서구의 히포크라테스는 봉독을 ‘Arcranum', 즉 신비한 치료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봉독의 주요 성분은 크게 효소, 펩티드, 저분자 유기물질로 나눌 수 있고 melittin, apamin 등 현재까지 약 40여 개의 물질이 보고되고 있다. 봉독의 약리작용으로는 소염진통, 면역조절, 혈액순환촉진, 항산화,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과 방사능 저항 등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국소독성 작용이 현저하고, 과민성 shock를 일으킬 수 있어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시술해야 한다. 봉약침을 시술하면 인체는 경락기능, 신경기능, 음양조절기능, 면역조절기능을 동원하여 그 자극에 대항하기 시작하고, 인체는 보다 건강한 수준의 균형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봉약침의 효능과 관련하여 많은 임상적 연구가 국내에서 시도되었다. 그 결과 퇴행성 슬관절염, 고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경?요추 추간판 탈출증, 중풍 후유증, 근육통, 흉?요추의 압박골절, 안면신경마비, 염좌 후유증, 다발성 경화증이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그리고 근이영양증과 같은 난치성 근육 질환에도 유의한 치료효과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부작용을 현저히 감소시킨 봉약침이 개발되었다. Phospholipase A2를 포함한 분자량 10,000이상의 효소성분을 봉독에서 원천적으로 제거한 효소제거봉독(Sweet Bee Venom)은 봉약침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뿐만 아니라 모든 과민 반응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면서 melittin을 비롯한 펩티드 성분을 강화하여 향후 한의학의 치료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 레이저 침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침 치료술의 일종으로, 1970년대 초 소련의 이뉴신(Inuyshin)등이 아주 미약한 레이저를 피부에 쬐었을 때 국소의 혈관 확장, 진통, 소염 작용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이후 중국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및 국내에서도 수종의 임상 보고 및 동물 실험 논문이 발표되었다. 레이저침의 치료 원리는 집중된 레이저 광선을 침자리에 쏘일 때, 침자리 부위에 레이저 광선 반응과 전자장의 자극 작용이 체내 경락 계통에 변화를 주는 것인데, 고르지 못한 기혈의 순환을 조절하고 생체 기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침의 대표적인 장점은 통증(痛症)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침치료 때에는 어느 정도 통증이 따르지만, 레이저침은 민감한 사람인 경우에 약간의 짜릿한 감각이 있을 뿐 통증은 없다. 또한, 시술 후 쪼인 부위에 흔적이 남지 않으며, 피부에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안전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그밖에도 사용이 간편하고 시간이 단축되며, 자극의 정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침의 응용 범위는 특별한 한계가 없어서, 피부과, 내과, 소아과 질환에 많이 쓰이며, 그 밖의 침구 치료 영역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 (6) 침술마취(鍼術麻醉) 침술마취란 침술 요법의 임상 실기를 기초로 하여 발전시킨 침구학의 한 분과로서, 일정한 경혈에 침을 찔러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할 수 있는 마취 방법이다. 이것은 침술의 진통효과를 기초로 발전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후한(後漢) 때의 명의인 화타가 수술시에 마취술을 사용한 것으로 『후한서(後漢書)』와 『삼국지(三國志)』 등에 기술되어 있다. 침술마취의 기전은 경락전도 현상, 관문조절 이론, 신경 내분비물질, 최면원리 등의 여러가지 학설이 제기되어 부분적으로 그 효과를 입증받고 있으나, 완벽한 설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침술마취의 특징은 첫째,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다. 약물 마취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 침술 마취는 장기의 기능에 대한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침술 마취에 의한 중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둘째, 생리 기전의 부조화가 적다. 자침술은 신체의 각종 기능을 조정하는 작용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침술 마취로 수술을 하면 환자의 각종 생리 기능이 혼란을 받지 않으며 수술 후의 회복도 빨라진다. 셋째, 환자가 수술 중에 의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환자의 능동적인 협조가 가능하다. 즉, 손가락 수술을 할 때에 의사가 수술 효과의 확인을 위하여 수시로 손가락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그의 성공 여부도 알 수 있게 된다. 넷째, 침술 마취는 조작이 매우 간편하고 특수한 설비가 필요없기 때문에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진통과 근육 이완 효과가 완전하지 못하여 내장의 긴장 상태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침술 마취는 경희대학교와 국립의료원에서 시행된 바가 있으며, 동서 의학의 협조에 의하여 이루어진 침구학의 새로운 분야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앞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미해결 문제점들을 더욱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7) 사암침법(舍岩鍼法) 사암침법은 조선시대 중기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암도인(舍岩道人)에 의해서 창안된 침법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상생(相生)·상극(相克) 원리에 입각하여 창안한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침법이다. 시조(始祖)인 사암도인(舍岩道人)은 본래 도승으로 성명은 알 수 없고 호를 사암(舍岩)이라 하였는데, 이는 석굴에서 득도하였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410여년 전 임진왜란 때 유명했던 사명당 대사의 수제자라고도 알려진다. 그의 유일한 저서인 『사암도인침구요결(舍岩道人鍼灸要訣)』에서는 원리나 이치, 사용법을 자세히 서술하지 않고, 주로 임상적 치료 사례를 열거하였다. 사암침(舍岩鍼)은 한의학 이론의 기본 토대가 되는 『황제내경』의 ‘허즉보기모 실즉사기자(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허한 것은 그 어미가 되는 혈 자리를 보하고, 실한 것은 그 자녀에 해당하는 혈 자리를 사한다)’라는 이론을 토대로 침구임상에 적용한 침구법으로서, 황제내경에서는 비록 이론적 원칙은 제시했으나, 임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던 부분을, 새롭게 임상에 응용한 것이다. 이에 사암침(舍岩鍼)은 『황제내경』의 침구방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정립시킨 정통 침법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이 새롭게 창안한 침구법이다. 사암침법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신에 침을 놓은 체침법과는 달리 팔꿈치, 무릎 이하의 경혈 만을 취하므로 장기 손상 등 시술상의 위험이 없다. 둘째, 한 번에 수십 개의 경혈에 자침하는 일반 체침법과는 달리, 8개 미만의 꼭 필요하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경혈만을 선택하므로 시술이 간편하다. 셋째, 치료효과가 뛰어난 특징적 경혈만을 선택하므로 자극이 강하여 새로 얻은 질병은 물론 오래된 고질병에도 치료효과가 빠르고 탁월하게 나타난다. 넷째, 환자의 심리 및 신체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되므로 적용 범위가 넓다. 다섯째, 독특한 이론 체계에 따라 시술되므로 그 이론적 근거가 명확하다. 여섯째, 인체를 전일개념으로 파악하여 일정한 이론에 따라 시술하는 원리침의 한 종류이다. (8) 팔체질침법(八體質鍼法) 체질(體質)은 생장, 발육 과정을 통해 형성된 인체의 형태와 기능의 특수성을 가리킨다. 이러한 특수성은 통상 몇몇 병인(病因)에 대한 감수성과 그 병기(病機) 전변(轉變)의 경향성에 의하여 결정되며, 심지어는 수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찍이 『황제내경』에서는 개개인의 체질(體質) 차이에 주의하고 그 생리(生理)에 근거하여 분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체질(體質)의 형성 및 그 병인병기(病因病機), 변증치료(辨證治療)와의 관계를 연계시켜 기술하였는데, 후세의 여러 의학자들의 보충을 거쳐 점차 계통적인 체질학(體質學)을 형성하였으며, 한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팔체질침법은 권도원에 의해 창안되어 1965년 10월 제1회 동경 국제침구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된 후, 우리나라 고유의 오행침법 중 하나로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를 통해 효과를 최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시켜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사암침법과 같이 장부의 부조화를 치료하기 위하여 오수혈의 오행 속성을 이용하지만, 팔체질침법은 체질별 장부의 대소관계(大小關係)를 설정하였으며, 경락을 통해 장부 간의 영향력을 조절하여 병리적으로 진행된 장부 기능 강약의 편차를 체질적으로 타고난 원래의 정상 수준으로 바로잡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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