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약(韓藥)
조선 시대 말까지는 별도로 한약이라는 말이 없었고, 약, 의학 등으로 불리웠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한약(漢藥), 즉 한(漢)나라의 약이라고 하였다. 한편, 서양에서 새로 들어온 약은, 양약(洋藥)이나 신약(新藥), 서약(西藥)이라고 불리웠다. 요즈음에도, 천연자원인 광물류와 식물류인 약초와 동물의 일부분을 건조·가공하여 약으로 사용할 때, 이를 모두 한약이라 한다. 한약은 처음에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본초(本草)라 하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본초학(本草學)이라 했다. 이에 대해서는 문헌상 고대(古代) 한서(漢書)에서 본초의 기록을 볼 수 있으며,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한약의 기틀이 완성되었다. 「본초강목」에 나타나는 종류는 1892가지인데,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약은 보통 500여 종 안 팎이다. 한약에는 보양약(補養藥), 수렴약(收斂藥), 발산약(發散藥), 삼습약(?濕藥), 사하약(瀉下藥), 선폐윤기약(宣肺潤氣藥), 화담약(化痰藥), 통기행체약(通氣行滯藥), 온운중기약(溫運中氣藥), 온화혈분약(溫化血分藥), 행기통규약(行氣通竅藥), 활혈통락약(活血通絡藥), 파혈거어약(破血祛瘀藥), 청열약(淸熱藥), 최토약(催吐藥), 살충약(殺蟲藥) 등의 종류가 있다.
2. 보약(補藥)
인체 장기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병이 진행되었을 때, 이를 억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이 사(버림:瀉)하는 치료법이다. 약한 장기를 보충하거나 피나 기운이 저하되어 이를 보강하는 방법이 보(補)하는 치료법이라고 하며 허약해진 신체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약을 보약(補藥)이라고 한다. 보약은 예방 의학으로 대부분의 질병을 이길 수 있게 한다. 한약 자체가 피나 살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약해진 원인과 부위에 따라서 치료하는 방법과 약제(藥劑)가 달라진다. 보약(補藥)에는 성장 발육을 촉진시키는 약,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보하는 약, 혈(血)을 보하는 약, 음(陰)을 보하는 약, 정력(精力)을 보하는 약, 뇌(腦)를 보하여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약 등의 종류가 있다. 보약은 한의학 이론에 의하여 부족해진 음(陰)이나 양(陽)의 기운을 보충하여 치료가 되며, 특히 불임 여성, 기침, 천식에 좋으며, 간(肝)이 약하거나 간염으로 허약해진 체질 개선과 신장(腎臟)의 기능이 약해진 신부전증이나 신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청·장년층 뿐만 아니라 학업에 전념하는 청소년 수험생과 노년층에게도 필요하며, 현대병·문화병으로 허약해진 심신을 보(補)하는 목적으로도 보약은 우수하다.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약효가 땀으로 빠져 나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땀에는 염분 이외의 성분은 배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에는 기운이 허약해져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원기를 보강하여 땀을 막을 수 있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리하면 가을에 더욱 생기가 나게 될 것이다. 또한 여름은 기온이 높아서 혈압이 내려가기 때문에 원기를 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에 사용되는 기본 처방도 100여 가지가 있다. 보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야 한다. 보음(補陰)할 사람에게 보기약(補氣藥)을 투여하면 자기도 모르게 음(陰)의 기능이 병을 유발할 수 있고, 반면 보기(補氣)할 사람에게 보음약(補陰藥)을 투여하면 소화불량 등의 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환약(丸藥) 환약(丸藥)은 한약의 정제(精製) 및 약재를 가루로 하여 꿀, 밀가루, 풀, 물, 술, 식초, 밀랍, 쌀풀(미음) 등으로 둥그런 형태를 만든 후에, 일정한 크기의 알약으로 만들어 복용하기 편리하게 한 것이다. 환약은 단단하고 쉽게 용해되지 않아 치료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신체의 기능을 서서히 보강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신체의 마비된 부분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다. 한편, 독성이 많아서 끓이거나 가루로 사용하기 어려운 약은 환약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물이나 떡처럼 쪄서 환약을 만든 것은 쉽게 용해되기 때문에 주로 신체 윗부분의 질병 치료에 쓰이고, 밀가루나 쌀로 만든 것은 잘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신체 아랫부분의 질병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술이나 꿀·식초를 이용하여 환약을 만드는 것은 수렴·확산의 성질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신체 아랫부분의 질환 치료용 중에, 소화기 장애 치료용은 흔히 녹두알 크기로, 신체 윗부분 질환 치료용은 아주 작은 쌀알 크기로 만든다. 4. 고약(膏藥) 고약은 피부에 부착하여 그에 함유되어 있는 각종 약물의 작용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한약제의 한 형태이다. 대개 피부나 점막의 염증, 궤양, 상처, 종기 등을 치료하기 위하여 사용되며, 일정한 부위에 붙여서 외과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부은 것을 삭히고 아픔을 멎게 하며, 고름을 빼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며, 출혈을 멈추는 등의 작용을 한다. 대체로 한약재를 가루 내어 기름을 넣고 졸이거나 기름, 물, 가루풀, 술 등과 섞어서 만든다. 종류는 매우 많으나 주 원료에 따라 황랍고와 황단고로 나눌 수 있다. 황랍고는 꿀을 가열하여 녹이고 기름(돼지 기름, 참기름, 해바라기 기름 등), 송진, 기타 약가루를 넣고 잘 저어 고루 섞어서 만든다. 황단고는 참기름을 비롯한 식물성 기름에 황단을 넣어 만든 점착성이 센 검은 고약이다. 고약이 보관 중에 굳어진 경우에는 붙일 때에 데워서 녹여야 한다.
5. 사약(賜藥) 사약은 옛날에 시행되던 형벌의 일종으로서 형전(刑典)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왕족이나 집권층의 범죄자에 한하여 국왕이 독약을 하사하여 자살을 강요하였으므로 당시로서는 되도록 위엄을 갖추어 죽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즉 죄인의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유가족들이 시신을 거두어 장사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형수의 입장에서는 마시고 죽는 약일망정 왕이 하사한 것이라는 생각에 절을 한 후 의식을 갖추어 마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6.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 우황청심원은 뇌질환, 중풍성 질환, 심장성 질환, 신경성 질환에 쓰이는 약으로, 조선 초기까지는 궁궐에서만 사용되고, 중국에 선물로 주는 친교약으로까지 사용됐던 명약이다. 송나라 때 문헌에 처음 수록되어 있지만, 허준의 「동의보감」에 수록된 이래로 우리 고유의 처방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우황청심원에는 우황, 사향, 대두황권을 비롯하여 3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만, 중국산 등은 대개 종류가 적다. 약효도 우리나라 것이 강하고 치료 범위가 넓다.
[우황청심환]
이 약은 「동의보감」에 의하면 기(氣) 순환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졸중풍(卒中風:뇌졸중), 의식 불명, 전신 경련과 마비, 심기(心氣) 부족, 정신 혼미, 뇌경색, 고혈압, 협심증, 신경과민증, 신경성 불안증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최근 대량 생산과 판매 경쟁에 따른 광고매체의 영향을 받아 우황청심원이 아무데나 남용되는 예가 많은데, 한의사와 상담을 거친 후에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7. 구증구포(九蒸九曝) 한약은 대부분 자연 상태에서 채취하여 건조시킨 후에 적절히 자르거나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지만, 일부 약재는 약의 작용을 강화 또는 완화하거나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서, 또는 불필요한 것이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물질(예 : 꿀, 소금물, 술 등)과 함께 볶거나 담그거나 태워서 쓰기도 하고, 때로는 특수 가공 처리를 한다. 특정한 수치법(修治法)에 따라 처리를 하는데, 이러한 수치는 우리가 식생활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하여 식품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도 있지만, 육류를 굽고 데쳐서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수치란 일명 포자(?炙)라고도 하며, 한약 조제의 한 분야이다. 약물을 조제하기 전이나 각종 약재 형태로 만들기 전에 가공하는 과정으로서 약재(藥材)에 대한 일반적인 손질과 비교적 복잡한 기술이 포함된다. 그리고, 많은 종류의 수치법이 있는데, 그 중 약물을 시루에 넣고 솥에 물을 약간 채워서 그 솥 위에 시루를 얹어 놓고 약한 불로 가열하는 것을 증(蒸)이라 하며, 약물을 햇빛에 건조시키는 것을 포(曝)라 한다. 따라서, 구증구포(九蒸九曝)란 아홉 번을 '증(蒸 : 찌는 것)'하고 아홉 번을 '포(曝 : 햇빛에 말리는 것)'하는 것이다. 구증구포는 숙지황 등에 대한 수치 방법으로, 생지황을 술에 담가가며 솥에 물을 약간 채워서 넣고, 약한 불로 가열하여 찌고, 그늘에서 말리는 과정을 아홉 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8. 자연화장품(自然化粧品) 최초의 화장품은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 의식에서 사용해 왔던 향료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소개되면서 대중화되어 널리 애용되었다. 또 분이나 비누의 날비린내를 가시게 하려고 향료의 보급이 촉진됐다. 신라시대 여인들이 향낭을 애용했으나, 당시의 향료는 가루 또는 덩어리였다. 민간에서 사용하던 향료는 향기 짙은 꽃잎과 그 줄기를 건조시켜 만들었다. 또 난초 꽃잎을 기름에 재어 즙을 찍어 발랐다. 또한 백분(白粉)의 역사는 4천 년이 넘는다. 기록상으로는 기원전 2천 년 경 중국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 자연화장품은 대개 쌀과 기장류[黍屬]의 가루를 3대 2로 배합해 만들었다. 그리고 칡가루, 백토, 황토, 돌가루를 가공하여 사용하였고, 분꽃씨 가루, 조개껍질 등이 사용됐다. 부착력이 약한 탓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납성분이 가미된 연분이 우리나라에서는 7세기 이전에 만들어졌고 부착력이 약한 데다가 덩어리여서 족집게나 명주실로 솜털을 뽑은 뒤 분화장하였다. 이런 화장품이 지금 여성을 겨냥한 여러 가지 살 빼는 약, 염색약, 탈모제, 주름방지제 등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하여 기업은 광고와 판촉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서구적인 모습의 미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약 5천 종 이상의 화학 물질이 첨가되는 여러 화장품의 성분을 알고 나면 얼굴에 바르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화장품을 과다 소비하여 생기는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화학 성분의 화장품을 다용함으로써 피부 손상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화장품의 독성으로부터 피부를 지키려면 화장을 안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하더라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선 화장품의 독성에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장을 하는 시기는 되도록 늦추며, 여러 가지 화학 약품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대신 천연 재료를 이용해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화장을 함으로써 피부의 기능이 점차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화장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자연 화장품을 몇 가지 소개한다. - 당근 팩 : 햇볕에 탄 얼굴에 효과가 좋다. 강판에 간 당근 1/2개에 꿀 1 큰술과 밀가루를 적당량 섞어 곱게 펴서 얼굴과 목에 바르고, 약 20분이 지난 다음 찬물로 씻어 낸다. - 오이 로션 : 오이는 갈아서 먹어도 좋을 뿐 아니라 피부에 바르면 흡수가 빨라 더욱 효과적이다. 오이껍질을 벗겨서 강판에 간 다음 우유 140㎖를 넣고 잘 섞어 약 3시간 정도 지난 후 가제에 짜서 거른 후,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 흑설탕 에센스 : 흑설탕은 백설탕이 정제 단계에서 없어지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할 뿐 아니라 체내에서 유효한 작용을 하게 되므로, 보습성이 뛰어나 촉촉한 피부, 매끄러운 맨살 가꾸기에 뺄 수 없는 재료이다. 냄비에 물 1ℓ를 붓고 흑설탕 500g을 녹여서 은근한 불로 조리고 거품을 건져낸다. 천천히 저으면서 조리다가 약간 걸쭉한 시럽 상태가 되면 불을 끄고 식힌 다음 용기에 옮겨 냉장고에 보관한다. 비누거품을 잘 낸 다음, 흑설탕 에센스 1/2 큰술을 섞어 세안할 때 사용하여도 좋다. 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 피부에 특히 효과적이다. 9. 증류법(蒸溜法) 증류한약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맛이 쓰고, 냄새가 역하고, 색이 검은 한약을 맛과 향이 없고, 색이 투명한 한약으로 발전시킨 새로운 한약이다. 성인 뿐만 아니라 소아에게도 널리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기의 조절이 문제가 되어 발생하는 만성 질환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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