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선시대(1392-1875 개항기까지) 조선시대는 임진왜란이 끝나는 해(즉, 1598年)까지를 전기로 보고 그 이후 1876년(즉, 개항시기)까지를 후기로 나눈다. 조선 전기는 자주적인 향약정책, 중국으로부터 의학의 수입 및 간행, 『의방유취(醫方類聚)』의 편찬 및 간행, 한글판 의서의 간행 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세종은 향약을 장려하기 위해 『세종지리지(世宗地理志)』를 만들면서 향약의 분포실태를 조사하도록 하였고,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등을 간행하여 한국의학의 독자적 발전을 꾀하였다. 또한, 『의방유취』를 편찬하였다. 『의방유취』는 현존하는 의서뿐 아니라 실전(失傳)된 수많은 의서들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사적 가치가 큰 저작이라 하겠다.
조선전기까지 축적된 학술적 성과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해 결실맺게 된다. 『동의보감』은 허준(許浚)이 14년간의 노력 끝에 1610년에 만들어낸 종합의서이다. 내경(內景), 외형(外形), 잡병(雜病), 탕액(湯液), 침구(鍼灸) 등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30여차례나 중국,일본 등지에서 간행될 만큼 호평을 받았다. 현대 한국의 의학도 이 책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동의보감』이 간행된 이후 한국의 의학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수많은 『동의보감』의 아류서적들의 출판되었고, 많은 본초서적들과 침구학서적들 그리고 소아과, 부인과 등과 관련된 서적들이 다수 출간되었으며, 아울러 전염병에 대한 대응이 주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의학이 민중 깊숙히 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힘이 되었다.
임상의학의 비약적 발전이라고 표현되는 이러한 경향은 이후 계속해서 이어졌다. 『의문보감(醫門寶鑑)』 『제중신편(濟衆新編)』 『방약합편(方藥合編)』 등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아류 서적들의 출판과 『고사촬요(攷事撮要)』 『고사신서(攷事新書)』 등 본초서적들의 출간, 『침구경험방(針灸經驗方)』 『침구요결(鍼灸要訣)』 등 침구학서적들의 출간 등은 이 시대 임상의학이 이론과 실제 모두의 측면에서 발전되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許任의 『침구경험방』에 보이는 보사법과 사암도인의 사암침법(舍岩鍼法) 등은 『동의보감』에서 고양된 한국적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발휘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마진에 관한 치료법을 담고 있는 소아과에 관한 서적들이 다수 출판된 것과 외과학이 전시대보다 많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 시기 한의학에 있어서 중요한 점이다. 또한 학문적으로 실사구시를 주장하는 실학의 영향을 깊이 받은 것으로 사료되는 경험방들의 출간과 성리학적 세계관과 관계가 있는 운기의학의 발흥은 이 시기 한의학의 다양한 학문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서양학문의 영향도 이 시기 한의학에서 보인다.
이익의 『성호사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 아담 샬(Adam Shall)의 『주제군징』에 보이는 혈액·호흡·뇌척수신경 등 서양의학적 개념이 소개된 것은 이 시기의 한국 한의학 발전과정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점이다. 또한 이 시기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되어 있는 전염병의 창궐에 관한 기록들은 이 시대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시기부터 발전되기 시작한 약물시장인 약령시의 발달도 이 시기에 유행된 전염병 만큼이나 이 시기 한의학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약령시의 발흥은 이 시기 활발히 전개된 시장경제체제가 한의학발전에 미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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