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한의사·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 국회 간담회’에서 토의에 참여한 한의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의사 수 부족과 한의사의 과잉 배출을 지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장애인주치의제, 만성질환 관리제, 호흡기 질환 클리닉, 커뮤니티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가 부족할 경우, 한의사 인력을 배치해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한창호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한대협)상임이사는 “코로나19로 국가 시스템에서 인적 자원이 부족한 사태가 생겼고 한의사는 기여하고 싶었는데 배제됐단 게 자명한 사실”이라며 “한의사는 대체 뭘 하란 것인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질병이 발생하면 진단 프로세스를 가동했지만 코로나 확진은 ‘진단키트’가 내린다”며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라도 하겠다는 건데 이마저도 못하게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사가 의사 역할을 하는데 필요하다면 학제 개편은 물론이고 지금의 6년제를 뛰어넘는 교육을 더 받아서라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게 오늘 자리의 의미”라며 “오늘 의협은 여기에 왔어야 한다. 아무리 다른 사항이 있더라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우리는 동업자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업무 강도가 어마어마해 의료기관 외에서는 의사를 볼 수가 없다”며 “커뮤니티케어, 장애인주치의 등 의사가 필요한 곳이 많은데 십년 동안 4000명 배출로 커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적 의지를 가져야 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송미덕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학술부회장은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 당시 환자들의 바이탈 체크를 통해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기존 한의사를 어떻게 공공의료에 투입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한의대 교육만으로는 조금 부족하고 2~3년간 전문성을 담보하는 임상실습 및 수련 과정을 동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추세가 대졸 후 바로 면허를 취득하는 게 아니라 일정 임상 수련기간을 거치는 만큼 이러한 방향에 맞게 한의대도 교육개혁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제도가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
안희덕 한대협 이사는 이날 제기된 한의과와 의과의 교육 통합과 관련해 “제도가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안 이사는 “사립대가 11곳인데 자발적으로 교육 개편을 위한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도를 먼저 갖추도록 집행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좌장을 맡은 최문석 한의협 부회장은 “교육 통합과 관련해서는 네 가지 안을 제시한 것일 뿐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가 선행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답했다.
송미덕 부회장은 “1910년대 미국 의학교육 현장의 실태를 고발한 플렉스너 보고서에 의해 수준미달의 의과대학들이 사라졌다”며 “만약 제도가 바뀌었는데도 교육이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결과는 어떨까. 우리가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들 중에 반드시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제도를 확립하기 이전에 한의사가 바뀐 제도 하에서의 역할 영역을 감당하기 위해 교육에서부터 부족한 부분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송 부회장은 “전인적 치료라는 한의사들의 강점을 살려 한의학교육 인증기준인 KAS2021보다 한 단계 더 앞서나가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나창수 한대협 이사는 “2002년도 대만에서는 중의대 졸업생들이 인턴으로 근무하며 의사 면허 시험을 치르게 했고 수련의들을 연수하는 프로그램을 거쳤다”며 “이러한 사례를 본보기삼아 지역 공공의료에 투입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대협에서는 대학별로 관련 사항에 대해 얼마든지 준비돼 있다”며 “통합의대로 나아갈 때는 12개 대학과 한의전이 일치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의계 내부 의견 수렴 과제
한편 플로어에서는 기존 면허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일부 개원의들의 이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최혁용 회장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기존 한의사도 필요하다면 추가 교육에 참여하고 결과로서 복수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을 충분히 거쳐 한의계 내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은 어차피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오늘 이 자리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자리”라고 부연했다.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민형배 의원은 “필요하다면 통합의대를 위한 논의의 공론장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사회 구성원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국회에서 법제화 할 수 있다”며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여러 단계의 전략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의사든 한의사든 간호사든 모든 면허는 사회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에게 주어졌지만 우리 국가 공동체로부터 시작된 것이어서 이 대목을 놓치면 싸움에서 이기기도 힘들고 실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문화자본으로서의 면허가 ‘사회적’이라는 것부터 출발한다면 앞으로 진전이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