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도록 하겠다.”
지난 9일 개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조규홍 장관(보건복지부) 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한 질의응답이 오간 가운데, 조 장관은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서영석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진료는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동안 보건복지부의 자세로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해 반대를 해오던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지난해 12월 22일 판결 전에는, 그 전의 판결을 감안해서 저희가 입장을 냈던 것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의계·양의계와 협의해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이 문제는 직역 간 대립이 매우 심한 주제라 협의를 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영석 의원은 계속된 질의를 통해 “복지부나 국회가 사실은 눈치나 갈등을 보는 과정에 사법부에 의해서 의료 환경을 판단 받게 되는, 어떻게 보면 자괴감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서 “우리가 보건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정책부서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기술이 발달하거나, 진단기기가 발달되는 것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이번 판시 취지가 최근의 과학기술 발달을 고려하라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또 “그래서 본 위원이 대표 발의를 해놓고 있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책임자 선임의 문제가 전향적 차원에서 검토가 돼야 하고, (법률안 개정)노력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차관은 “아시다시피 직역 간의 갈등이 심한 상황이고, 이런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법이 통과될 때 행정부로서 집행에 상당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힌 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말씀을 드린 거고, 그래서 저는 조속히 그런 갈등들이 봉합이 되고 서로 협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그런 희망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나 그런 것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파기 환송 결정을 통해 “초음파 기기를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더불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음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료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복지부장관의 합리적 대안 마련과 관련해 이마성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정부도 국민의 건강증진과 진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적극 찬성하고 관련된 제도 개선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영석 의원은 지난 2020년 12월 7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기기) 설치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인 경우 직접 안전관리책임자가 된다’는 내용을 담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