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을 통해 3.6%라는 높은 인상률로 타결하고, 수가협상을 마무리했다. 특히 3.6%라는 인상률은 올해 수가협상을 진행한 의약 5개 단체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이며, 최근 10년간 환산지수 인상률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을 우려하는 가입자측 입장과 의료물가 상승에 따른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적정수가를 요구하는 공급자측 입장 차이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시작 전부터 어려운 협상이 예상됐으며, 올해 역시 밤샘 협상을 통해 상호간 간극 좁혀 나갔다.
안덕근 부회장(단장)과 한창연 보험이사, 김민규 보험/의무이사, 김주영 보험/약무이사로 구성된 한의협 수가협상단은 총 6차례의 협상을 통해 한의의료기관의 수가 정상화를 위한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갔으며, 유형별·항목별 지표 등 기술통계를 통해 타 유형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의의료기관의 현황을 전달했다. 하지만 가입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한의과의 적정수가 인상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가입자의 부담 및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올해 밴드의 규모가 지난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수가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각종 통계치로 한의계의 현실적 어려움 생생히 전달
이에 한의협 수가협상단에서는 각종 경영지표 및 개·폐업률 현황 등을 통해 일선 한의의료기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통계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물론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결과에 따른 유형간 순위 및 격차 유지, 밴드의 공정한 배분 및 원칙 준수를 요청하면서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 수치 제시를 요구했다.
수차례의 협상 결과 한의협의 요구 수준과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준의 간극은 컸지만 지난 1일 오전 5시30분경 3.6%의 인상률에 양측이 합의하면서 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수가협상은 상대가치점수 조정이 아닌 환산지수 조정으로써 타결된 인상률은 모든 한의의료행위(급여)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안덕근 단장을 협상 타결 후 가진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수가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올해에는 타결을 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했고, 타결에 이를 수 있었다”며 “비록 한의사 회원들이 일선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오롯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공급자와 가입자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 고통을 분담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타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수가협상장을 방문해 수가협상단을 격려하는 한편 3차 협상장에도 직접 방문해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에게 한의계의 어려운 현실을 재차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한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현장의 어려움이 적극 반영된 수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힘을 보탰다.
홍주의 회장, 협상장 방문해 수가협상 힘 보태
이에 앞서 홍 회장은 지난달 11일 진행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의약단체장 합동 간담회’ 석상에서도 “지난 2014년 건강보험에서 4.2%를 점유하고 있던 한의과가 지난해에는 3.1%까지 하락하고 있는 한의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한의진료가 국민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유지시켜 주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이번 수가협상이 가입자-공급자-건보공단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부탁드리며, 코로나19 상황 동안 의료계가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가입자와 건보공단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의협 수가협상단은 협상 기간 동안 적정수가로의 인상을 요청한 것은 물론 한의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를 시작으로 양방 중심의 독점적 의료환경을 혁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방 중심의 독점적 의료환경 개선에도 목소리 높여
실제 1987년부터 침, 뜸, 부항 등 한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실시된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한의는 우선순위에서 배제돼 환자의 접근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양방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현대 의료·진단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의 보험급여, 한의물리요법 급여화 및 각종 건강보험 시범사업 참여 등 한의계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됨에 따라 한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 점유율의 지속적 감소 및 실수진자 수 감소 등 한의의료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안덕근 단장은 “지금이라도 △재활의료기관 수가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 각종 시범사업에 한의계의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현대 의료·진단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의 보험급여, 한의물리요법 급여화 등을 통해 보건의약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양방 중심의 독점적 의료환경은 국민의 의료선택권 보장과 건강권 확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한의계는 직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보건의약계의 균형 발전과 국민의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가모형 개선, 밤샘협상 탈피는 언제쯤?
한편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수년간 제기되고 있는 수가모형 개선 및 밤샘 협상 탈피 등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지속돼 공급자단체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수가계약시 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사용하던 모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며, 공급자단체에서도 수가협상 과정에서의 개선 요구들이 지속돼 왔다.
이에 건보공단에서는 올해 수가협상에 앞서 현행 SGR모형과 함께 GDP모형 등 4가지 개선모형으로 산출한 결과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하고,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밤샘협상을 탈피할 수 있도록 협상 마지막 날 재정소위원회 개최시간을 앞당기고, 공급자-가입자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번 협상에서는 재정소위원회를 지난달 31일 오후 2시에 진행하고, 30일에는 수가협상이 진행된 이래 처음으로 건강보험 재정소위-공급자단체-건보공단 소통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올해 역시 밤샘협상은 피할 수 없이 법정기한을 넘은 지난 1일 오전 6시경에 수가협상이 마무리됐으며, 새로운 모형 적용 역시 공급자단체에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년간 지속된 수가협상의 문제에 대해 올해 건보공단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내년 수가협상에서는 과연 어떠한 개선방안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