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재미한국학교협의회(총회장 추성희·이하 NAKS) 2023 제41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참석해 한의약 교육을 전파해 큰 호응을 받았다.
NAKS(The National Association for Korean Schools)는 차세대 한인들에게 올바른 정체성과 긍지를 심어주고자 지난 1981년에 창립된 미주 한인 학교 교사들의 협의체로써 산하에 14개의 지역협의회를 두고 8000여 명의 소속 교사가 8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우리나라 역사의 교육 과정 개발과 정책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재외동포청, 국제한국어교육재단, 교육부, 국립통일교육원, 국립국어원, 독도재단, 미주한인뷰티서프라이총연합회,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등 유관 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21세기 차세대 교육의 지향점-한인 이민사와 함께하는 한국학교의 역할과 새로운 지향점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한의협 황만기 부회장과 이승환 소아청소년위원회 부위원장은 강사로 나서 △한의약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동의보감과 허준 선생님을 중심으로 △전통 한의약과 현대 한의약 △현대과학적 논문 근거를 갖춘 총명 클리닉과 성장클리닉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황 부회장은 ‘전통 한의약’에 대해 수천 년 동안의 광범위한 임상적 적용 및 지속적 피드백 과정을 통해 검증된 치료 경험을 쌓아놓은 ‘건강 정보의 광산’으로 정의했으며, ‘현대 한의약’에 대해선 다양한 과학적 방법과 기법들을 활용해 전통 한의약의 경험적 사실들이 현대 과학적인 증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재가공한 ‘정보의 꾸러미’로 정의했다.
황 부회장은 “매우 많은 국내외 한의약 논문들이 세계적인 의학·과학 저널에 꾸준하게 게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드라마 등 매체를 통해 전통 한의약적 측면만 부각돼 아쉬움이 있다”면서 “앞으로 한의약이 전 세계 인류의 건강 수준을 높여줄 미래의학으로서의 매력과 가치를 계속 발산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 부회장은 두뇌(뇌신경세포) 보호 한약인 ‘총명탕(聰明湯)’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한약의 현대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황 부회장은 한의약에서의 ‘총명(聰明)’에 대해 “단순히 IQ나 학업 성적, 두뇌의 기능을 일컫는 말이 아닌 몸·마음·말의 ‘전일적(全一的, holistic) 총명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 등의 병증을 치료하는 데 널리 활용된 총명탕은 △백복령(白茯?) △원지(遠志) △석창포(石菖蒲) 등 3가지 주요 한약재로 구성되며, ‘동의보감 내경편(東醫寶鑑 內景編)’에서는 ‘다망(多忘, 건망증)을 치료하며, 꾸준하게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특히 국제의학저널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약리생화학행동학회지)’에 게재된 총명탕 관련 연구 논문(경희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학 교실,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RCT 공동연구)도 소개했다.
이 연구 논문에 따르면,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는 지원자 118명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후 실험군에는 한약복합물(HT008-1)을, 대조군에는 위약(僞藥)을 8주간 복용시킨 다음 기억력(청각기억·작업기억) 변화를 비교했는데 복용 전 기억 점수가 낮은 실험군에서 기억력이 최대 2배가량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황 부회장은 연구를 통해 현대과학적으로 밝혀진 두뇌(뇌신경세포) 보호 및 치매 예방 후보 한약인 △천마(Gastrodin) △육계(Trans-Cinnamaldehyde) △단삼(Salvianolic Acid B/Tanshinone) △고삼(Oximatrine) △강황(Curcumin) △황금(Baicalein) 등을 소개했다.
황 부회장은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들이 한의약의 효능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계속 축적하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는 ‘몸 보약’ 보다는 현대 과학적 논문 근거와 연구에 기반 한 건망증 치료 및 인지 기능 개선, 치매 예방을 위한 ‘뇌 보약’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환 부위원장은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키 성장의 일급 비밀’이란 주제로 소아청소년 학교보건사업(이하 교의사업)을 통해 얻은 성장 교육 노하우를 선보였다.
이 부위원장은 소아청소년이 접근하기 쉽도록 친숙한 이미지 등을 통해 △사람의 성장 시기 △자신의 성장 현황 △성장에 관한 잘못된 상식 △올바른 생활 습관 △한의약 성장 치료법 등을 소개해 현지 교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부위원장은 또 X-ray 화면 등 해부학적 골격 이미지 등을 통해 성장판의 위치, 닫힌 성장판·열린 성장판을 설명하고, 어린이의 키가 △연간 4cm 미만으로 크는 경우 △또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 △사춘기 전 6개월에 5cm, 1년에 8~10cm 이상 크는 경우 △또래 평균 키 보다 작은데 2차 성징이 시작된 경우 성장판 검사를 권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흔히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말은 대표적인 키 성장과 관련 잘못된 상식으로, 비만은 성장장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체내 지방세포가 늘어나면 ‘렙틴’이라는 물질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성조숙증에 이르게 된다”면서 “성조숙증으로 성장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된다면 성장기가 짧아져 최종 키가 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들에게 성조숙을 야기할 수 있는 원인으로 서구화된 고칼로리 식습관, 유전, 비만, 환경호르몬을 꼽았으며, ‘단순당’을 줄인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함께 식후 20분 산책, 짧은 거리는 걸어서 다니기, 부모님 도와 집안일 하기, 스마트폰 시청 줄일 것을 학생들에게 일러 주도록 했다.
특히 한의약적 성장 치료법으로 △키를 크게 하는 한약 치료 △몸에 숨어있는 키 크기 버튼을 눌러주는 침 치료 △몸의 틀어진 뼈와 관절을 잡아주는 추나 치료를 통해 소아청소년들에게 한의약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015년부터 실시한 교의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의미 있는 학술대회였다”며 “맥진 실습, 성장체조, 지압 등 학생들에게 한의약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한편 황 부회장과 이 부위원장은 참석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의약 교육 및 교의사업과 관련 설문조사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