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부항 등 8일 동안 1758건 한의 진료···세계 각국 참가자들 호평 홍주의 회장 “조기 철수 아쉽지만 스카우트 대원들 건강이 최우선” 조기 퇴영한 스카우트 대원들 허준박물관, 한방진흥센터 방문해 한의약 체험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에 설치된 ‘한의진료센터(Korean Medicine Center of Jamboree 2023)’의 한의의료 지원이 전 세계스카우트 참가들의 큰 호응 속에 8일 마무리됐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는 이달 1일부터 잼버리 대회장에서 ‘Safety with K-Medicine!’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의진료센터를 운영해 피부질환, 온열질환 등으로 내원한 세계 각국의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침과 부항, 근막 추나 등의 한의의료 지원에 나섰다.
다만 한의진료센터 운영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으로 조기 퇴영 조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8일 진료를 마지막으로 종료했다.
홍주의 회장은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잼버리 행사가 예정된 기일까지 정상적으로 지속되지 못해 진료 또한 종료하게 돼 아쉽다”면서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과 운영요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만큼 한의진료센터도 정부방침에 따라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어 “그동안 한의진료센터에 참여한 의료진을 비롯해 조기 종료로 인해 부득이 함께 하지 못하게 된 한의사 및 한의대생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의약의 우수성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에 함께 해주신 전 세계 참가자분들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연일 이어진 폭염 등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진은 8일까지 영국, 칠레, 멕시코,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호주 등 80개국의 환자들에게 침과 부항, ICT, 근막 추나 등의 치료를 시행했으며, 생맥산과 함께 오매, 사인, 초과, 백단향을 달여 시원한 차처럼 마시는 한약인 ‘제호탕(醍?湯)’을 공급해 내원 환자들의 온열질환 예방과 소화를 돕도록 했다.
한의진료센터가 진료를 개시한 첫날(1일)부터 마지막 날(8일)까지 ‘내원환자 통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1093명의 환자가 내원해 1758건(일평균 220건)의 진료가 이뤄졌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칠레(79명) △멕시코(71명) △말레이시아(68명) △영국(59명) △스웨덴(57명) △방글라데시(53명) △포르투갈(45명) △필리핀(43명) △독일(41명) △한국(37명) △미국(35명) △이탈리아(35명) 등 총 80개국 환자들이 내원했다.
성별로는 남성 48%, 여성 52%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로는 △20대 46%(532명) △10대 21%(245명) △50대 10%(116명) △40대 9%(113명) △30대 9%(107명) △60대 4%(43명) 등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근골격계 질환이 58%(1029건, 급성 924건·만성105건)로 가장 많았으며, 주요 손상부위는 △경추부(268건) △요추부(265건) △흉추부(136명) △어깨(98건) △무릎(60건) △발(45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호흡기계(67건) △피부질환(55건) △온열질환(28건) △소화기계(27건) △신경계(27건) 등이었고, 손상 종류는 △염좌(57건) △근육경련(54건) △근막 이상(34건) 등으로 내원했다.
세부 치료 항목으로는 △침(1535건) △부항(1571건) △ICT(1326건) △근막 추나(191건) 등이 실시됐다.
특히 이번 해외 내원환자의 경우 재진환자가 많았는데 셋째 날 42.5%(112명)까지 증가하며 전체 평균 35%를 기록했다.
또한 앞서 내원 환자 설문조사에서 ‘한약투여’의 경우 응답자 465명 중 455명이 좋다(5점 만점, 4점 38명, 5점 417명)를, ‘한의약 치료’는 응답자 457명 중 451명이 좋다(5점 만점, 4점 12명, 5점 439명)를 선택함으로써 각각 97.9%와 98.7%의 높은 만족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승호 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장은 “이번 잼버리 대회 특성상 야영 및 야외활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환자군이 많았는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의약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해외에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됐다”며 “이번에 한의진료를 경험하고 싶어했던 외국인 스카우트 대원들이 많았는데 해외인들의 한의약에 대한 친화도는 결국 브랜딩(Branding)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의협 잼버리지원위원회(이하 잼버리지원위)는 그동안 △KOMSTA(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와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특강과 자문 △과거 세계잼버리대회 진료 논문 분석 △다섯 차례의 현장 답사 등을 통해 하루 15시간 동안 내원 환자수 250명을 기준으로 의료진과 진료 보조 인력을 모집했다. 또한 한의협 예산으로 발전기, 천막, 냉장고·냉동고, 기타 의료 장비와 숙소, 식사, 셔틀 차량 등을 준비했으며, 총 3차에 걸쳐 의료진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한의진료센터를 준비한 황건순 잼버리지원위 부위원장(한의협 총무이사)은 “차질 없는 센터 운영을 위해 잼버리지원위는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며 “한의진료가 잼버리에 처음 참여하는 관계로, 걱정도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순조로운 진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의진료센터의 조기 종료에 따라 그동안 내원했던 환자들 또한 아쉬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전했다.
퇴영 전 말레이시아 참가단이 단체로 찾아와 의료진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어깨 통증으로 내원한 바다 엘덴 아메드 기자(이집트)는 치료 후 한의진료센터를 취재하고, 잼버리 기념품들을 의료진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바다 엘덴 아메드 기자는 “K-Medicine(한의약)의 치료 효과에 놀랐으며, 의료진들 또한 마음이 따뜻했다”며 “잼버리 마지막 날까지 남아준 한의진료센터를 고국에 돌아가 상세히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살레시호 머리티 교사(케냐)는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웠는데, 그동안 한의진료센터가 더위와 부상을 피할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었으며, 폭염 속에서 나눠준 시원한 한약은 앞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의료지원에 나선 박준하 한의사는 “해외 내원 환자들이 처음에는 침에 대한 부담감을 가졌는데 침 치료 후 근육이 곧바로 많이 풀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호응을 나타내며 재진 환자가 늘어났다”면서 “그동안 한의약이 해외에 덜 알려졌을 뿐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의학인 것을 깨닫는 봉사였다”고 말했다.
양선호 한의진료센터장(전북한의사회장)은 “30여 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잼버리 행사에 최초로 한의진료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많이 긴장했었는데, 한의진료가 해외인들의 야영 등 야외 진료에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양 센터장은 이어 “잼버리 참가자들은 조기 퇴영했지만 우리는 초심으로 대원들의 건강을 끝까지 지켰으므로 완주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잼버리를 비롯 각종 국제 행사에서 한의진료센터 운영이 활발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서알안 잼버리지원위 부위원장(전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은 “열악한 진료환경 속에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면서 8시간 동안 80여 명의 환자를 봤던 힘듦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나가면서 해준 ‘엄지 척’으로 눈 녹듯이 사라졌다”면서 “한의진료센터가 조기 종료돼 개인 일정을 비우고 대기하셨으나 진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22분의 원장님들께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영근 원장(제주 영도한의원)은 “조기 퇴영 소식이 들리던 날부터 이곳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우리는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한의진료 봉사를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예정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한의약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해 서울로 온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단원들은 강서구 허준박물관과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방문해 의성 허준과 <동의보감>의 역사 및 가치를 확인한데 이어 한약재 향주머니 만들기를 비롯 약쑥, 감초 등 계절별 약재를 이용한 족욕과 한약 향기 가득한 한의체험실에서 동백오일로 손지압을 받는 등 다양한 한의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