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가 16, 17일 이틀간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진행된 가운데 최승훈 국제동양의학회장은 ‘한의학과 미래’란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그동안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에서 진행해온 전통의학 표준화 사업을 소개하는 한편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높아진 전통의학의 위상 및 미래의 한의학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발표를 통해 21세기 한의학(전통의학)의 주요한 사건으로 전통의학 표준화 및 코로나 팬데믹을 들었다.
최 회장은 “WHO의 모토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 주는 것으로, 이러한 모토를 기반으로 전통의학의 표준화 및 세계화를 통해 세계인의 건강 증진을 위한 역할을 보다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며 “근거에 기반한 표준화를 통해 각국에서 활용되는 전통의학의 호환성, 안전성, 유효성 등을 담보해낼 수 있기 때문에 전통의학의 표준화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 회장은 그동안 진행된 △침구 경혈위치 국제표준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ICD(국제질병사인분류)-11 전통의학 챕터 등 전통의학 표준화 과정 등을 소개했다.
침구 경혈위치 등 표준화 과정 소개
침구 경혈위치 국제표준의 경우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한국, 중국, 일본 등 10여개 국의 대표들이 3년여 간의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각국마다 상이한 총 361개 경혈에 대한 국제 표준안을 확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경혈 국제 표준안은 제정 이후 각국 전통의학 교과서에 반영되는 등 교육, 연구 및 임상 실습에서 전통의학의 주요한 치료법인 침구 치료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 발간된 ‘WHO 전통의학 국제표준용어집’도 그동안 전통의학 국가 간 각기 사용됐던 용어들의 국제표준을 이끌어 냄으로써 전통의학이 세계 보편의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최 회장은 ICD-11 전통의학 챕터 신설은 전통의학이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인 의료로 인정받은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전통의학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의 개발하기 위한 WHO 가이드라인 제정 및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발간사업을 소개하며, 전통의학의 표준화 촉진 및 서양의학과의 상호 작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스 때 한약 활용, 전통의학 발전 전환점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약 시장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면역력 증강에 있어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들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전통의학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유행 당시 홍콩에서 한약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전통의학은 큰 전환점이 됐으며,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감염병 발생시)전통의학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갔다”며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연화청온이나 청폐배독탕 같은 한약들이 수요가 급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의 효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이 같은 한약의 효능을 입증코자 많은 국가들에서 연구를 진행해 다수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서양의학 단독치료보다는 전통의학을 함께 병용하는 통합의학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더 큰 치료효과를 낸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서양의학의 다양한 한계로 인해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팬데믹을 겪으면서 입증되고 있는 전통의학의 효능이 속속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이젠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 조화를 이뤄 인류건강 증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며 “양 의학이 경쟁이 아닌 서로 존중하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최상의 치료방안을 도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SOM, 전통의학 영역서 WHO 같은 역할 수행
이와 함께 최 회장은 한의약은 전인적인 접근과 자연친화적인 의학, 더불어 최근 변화된 의학의 패러다임인 예방의학과 맞춤의학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면역력을 증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학인 만큼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전통의학의 발전에 있어 국제동양의학회(이하 ISOM)과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이하 ICOM)의 역할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ISOM은 진정한 국제적인 단체로의 도약과 함께 전통의학 영역에 있어서는 WHO와 같은 국제기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또한 경쟁보다는 회원국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미래에 다가올 팬데믹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COM은 전통의학 분야의 글로벌 성과를 수렴하는 플랫폼 역할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ISOM과 ICOM 모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WHO의 모토인 ‘모두를 위한 건강’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통합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