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인 대한스포츠한의학회장, 올림픽 경기 내내 안 선수 전담 주치의 역할 각 종목별 운동선수 부상 예방 및 질병 치료에 한의 치료 효용성 매우 높아 대한체육회 산하 각 경기 단체 및 국가대표 진천선수촌 등 한의 활용 높여야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올림픽 경기에서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부문의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거침없는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및 체력관리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세인 대한스포츠한의학회장(서울 송파구 바른한의원)은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 선수의 부상 정도가 심상치 않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달 22일 프랑스 파리로 급파돼 침, 도침, 추나 등 한의치료를 통해 안 선수가 세계 배드민턴의 최강자로 우뚝 서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와 관련 장세인 회장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안세영 선수를 바로 진료했는데, 짐작했던 것처럼 비골근건 쪽이 많이 부어있었다”면서 “초반에는 골반대부터 발목까지 침 치료를 하고, 건 부위에 대하서는 도침 치료, 발목은 추나 치료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어 “치료 이후에는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졌고, 8강, 4강, 결승전을 앞두곤 침 치료와 추나 치료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 확정 이후 자신의 부상 정도와 관련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다”고 밝혔다.
안 선수는 이어 “부상이 안 오게 훈련하든지, 부상이 오면 제대로 조치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부상은 오고, 훈련은 훈련대로 힘들고, 정작 경기에는 못 나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세영 선수는 자신의 부상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한의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를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평창 및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치료한 경험이 풍부한 장세인 회장을 초청하게 됐다.
장세인 회장은 안세영 선수의 부상 관리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인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파리로 건너갔으며, 그의 캐리어에는 침과 소독용 코튼스왑 등 최소한의 치료 도구만 담겨 있었다.
갖고 간 짐은 아주 단출했지만, 그의 가방 속 침은 안세영 선수의 부상 치료에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됐다. 장 회장은 보름동안 안 선수의 발목과 무릎을 치료해 가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그 결과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의 승전보를 전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 각 종목별 운동선수들에게 한의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은 이미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병원 한의사 의무지원단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회 기간 동안 진료소를 방문한 688명 중 658명(95.6%)이 ‘한의치료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5점 척도로 조사한 치료 만족도 조사에서 73.8%(508명)은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고, ‘만족한다’는 응답도 21.8%(150명)에 달했다.
치료 받은 응답자 526명 중 378명(71.9%)은 근육 손상 때문이었으며, 인대 손상 79명(15%), 건 손상 41명(7.8%), 관절·연골 손상 19명(3.6%) 등의 순이었고, 주요 증상으로는 통증이 509명(96.2%)으로 가장 많았으며, 뻣뻣함 103명(19.5%), 무감각 또는 손 통증 29명(5.5%), 부기 16명(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616명(88%)이 침 치료를 받았으며, 추나치료 394명(56.3%), 테이핑 치료 50명(7.1%) 등으로 나타났고, 동계패럴림픽 참가한 선수와 임원 중 한의진료소를 찾은 환자 199명 전원(100%)이 ‘한의치료에 만족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도 한의치료를 통해 자신들의 부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한의 치료 예찬론자는 미국의 수영 선수인 마이클 펠프스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5관왕 신화를 세웠던 펠프스는 인스타그램에 부항 치료 받는 장면을 올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펠프스는 “주로 어깨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부항 치료를 받는다”고 밝혔고, 이와 관련 AP통신도 “부항 치료 덕분에 펠프스가 31세 나이에 5번째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수영 남자 100m 자유형 은메달리스트인 호주 카일 찰머스 선수도 어깨와 등 부위에 검은 반점 모양의 부항 치료를 받은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 눈길을 끌었었다.
이와 관련 호주 일간 더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언은 “이 어둡고 둥근 점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은 질병이나 물린 자국이 아니다”라며 “부항 치료가 유명 선수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미국 수영 선수 나탈리 코플린, 체조 대표팀 선수 알렉스 나도어,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근육질 배우 드웨인 존슨, 축구의 전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 바이에른 뮌헨의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도 부항, 침, 테이핑 요법, 추나 등의 한의 치료를 매우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운동선수들이 한의치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최근 대한스포츠한의학회지 제23권1호(2023년 12월)에 게재된 ‘COVID-19 이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한의과 진료실 이용 현황’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5개월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운동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한의과 진료실 이용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75회의 진료 동안 1442건(초진 513건, 재진 929건)이 있었다.
이는 하루 평균 19명(초진 7명, 재진 12명) 꼴이며, 초진 내원 513명 중 243명이 2회 이상을 방문해 47.4%의 재진률을 보였다. 특히 국제경기로 인해 출장이 잦고 입촌한 선수들이 수시로 바뀌는 중에도 3회 이상 내원한 선수가 155명이란 수치는 한의 진료에 대한 높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이에 대해 김석희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서울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등 국내에서 개최됐던 대회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렸던 숱한 올림픽 경기나 세계적인 경기에서도 한의치료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극복하고 훌륭한 성적을 올린 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어 “이처럼 한의치료는 그 우수한 효과로 인해 운동선수들이 매우 선호하는 치료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한체육회 산하 각종 경기단체 의무분과나 진천선수촌에서 한의사 주치의의 공식적인 활동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특히 “침·부항·추나와 각종 수기요법·테이핑 치료 등 한의 치료의 경우는 운동선수들이 크게 고생하고 있는 근육 및 인대 손상을 비롯해 관절·연골 등의 손상에 치료 효과가 뛰어난 만큼 선수들이 자신의 부상을 예방·치료하여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의사 주치의의 활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또한 “대한한의사협회는 앞으로도 스포츠계가 한의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